Q 해당 문구를 선정한 이유는?


A 약국이나 마트 같은 장소에 붙여진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많이 눈에 띄었다. 정성스러운 손글씨, 급하게 A4용지에 프린트한 형태, 종이를 입체적으로 접어 만든 삼각 형태 등 메시지는 모두 같지만 다양한 표현 방식이 존재했다. 장소마다 다른 다양한 표현들을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자주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구로 정하게 되었다.


Q 해당 기호 활자를 선정한 이유는? 1번 작품 문구와의 연결성이 있는가?


A 일명 당구장 표시, '참고표'는 개인적으로 사용 빈도가 굉장히 적은 기호였는데, 어디선가 손으로 힘 있게 갈겨쓴 마스크 착용 안내문을 보게 되었다. 함께 쓴 참고표는 강한 어조가 느껴졌고, 내용과도 왠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참고표의 교차되는 사선과 네 개의 점은 조형적으로 단순한 요소지만, 기호를 이리저리 그리는 동안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주현의 기호활자


Q 해당 문구와 레터링(혹은 서체)을 조합했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A 이상한 서체로 프린트 된 정중한 문구를 상상하며 글자를 그렸는데, 작업을 완료하고 보니 항상 보던 익숙한 문구가 낯설게 보이는 것이 흥미로웠다.


코로나 시대에 생필품으로 급부상한 물건을 꼽자면 단연 ‘마스크’다. 가벼운 천으로 만들어진 입과 코 가리개는 대면 활동 상황에서 새로운 매너와 규칙을 만들었다. 팬데믹 이후 편의점, 마트, 약국, 대중교통 등 공공영역 전반에서 “마스크 착용 필수” 임을 표시하며, 별도의 마스크 착용 공지가 없어도 이미 시대적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이 낯선 이 생활양식을 표현하는, 이상하지만 진지하고 정중한 서체를 디자인했다.


Q 해당 작업(레터링, 서체 디자인)중 마주한 문제 상황과 그 해결 방법은?


A 서울 어딘가에 실제로 붙여져 있을 만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고, 진지하고 새로운 느낌의 글자로 보이기를 원했다. 명조 계열의 글자는 유려한 곡선 표현이 핵심인데, 곡선 없이 작업하느라 여러 시도를 했고 직선만으로 이루어진 글꼴을 디자인했다. 하지만 테스트를 진행하며 이응 꼴을 곡선 형태로 바꾸는 방향으로 타협했다. 작품의 배경은 동네 주변에서 촬영하였는데, 고맙게도 버스가 지나가 주어서 유리창에 비친 서울의 풍경을 완성시켜 주었다.


Q 사회가 잠시 멀어진 지금, 작업을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확실히 비대면 접촉이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 이번 전시 준비 과정,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들. 또 개인적으로도 비대면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사회가 잠시 멀어진 ‘지금’의 라이프 스타일을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히 유지하려 노력 중이다.


이주현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리랜서 타입디자이너. 글꼴 관련한 물건들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며, 레터링 모임 ‘슭곰발’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윤디자인에서 다수의 서체를 디자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