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해당 문구를 선정한 이유는?


A 코로나 사태가 점점 길어지면서 사람간, 국가간의 물리적 왕래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 사태가 언제쯤 끝날지 모르고, 언제 또 이런 사태가 올지 모른다. 즉, 앞날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현재의 이러한 추세를 뉴 노멀이라고 지칭한다. 뉴 노멀 시대, 우리는 어쩌면 22세기나 되어야 만남을 꿈꿀 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다소 과장된 생각을 넣어 보았다.


Q 해당 기호 활자를 선정한 이유는? 1번 작품 문구와의 연결성이 있는가?


A 큰 연결성이 있는건 아니지만, 어쩌면 다소 비관적이면서 다크한 문구에 어울리는 기호활자를 찾고 싶었다. 모든 것들이 다 비대면화된 시대, 사람과 사람의 연결고리는 어쩌면 @이 아닐까? 이름 + @ + 계정으로 모든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노을의 기호활자


Q 해당 문구와 레터링(혹은 서체)을 조합했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A 해당 서체는 현재 3명의 친구들과 함께 작업중인 한글, 한자, 라틴 세 가지 멀티 스크립트로 구성된 서체이다. 아직 초기이지만 한글을 테스트해보고 싶었고, 이번 네오 트라이브2020 전시가 이에 맞는 적합한 기회가 되었다. 해당 서체는 네오 그로테스크적인 양상을 지닌 서체로 넓은 너비의 글자폭을 지니고 있다. 다소 굵은 굵기가 해당 문구의 다크한 점에 잘 어울릴 것 같아 선택했다.


네오 그로테스크(neo-grotesk)적인 양상을 지닌 서체로 넓은 너비의 글자폭을 가지고 있다. 네모진 형태 안에서 세련되면서도 따뜻한 인상을 풍기는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일반적인 구조에 좀 더 독특한 특징이 혼합된 이 서체는 스포티하면서도 강렬한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Q 해당 작업(레터링, 서체 디자인)중 마주한 문제 상황과 그 해결 방법은?


A 사실 이 서체는 상당히 넓은 글자폭 안에 특유의 개성을 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굵은 굵기 안에서 형태적 균형을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특히나 굵은 굵기의 한글은 다른 굵기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컨트롤해야 할 부분이 많은 점이 가장 힘들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 점이 새로운 해결점을 찾는 과정으로 이어져 때로는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특별한 해결 방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매번 수정할 때마다 프린트해서 본다. 프린트해서 볼 때 문제가 정확하게 보이기 때문에 빠르고 거침없이 수정할 수 있다.


Q 사회가 잠시 멀어진 지금, 작업을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확실히 디자이너들 간의 대면 교류라든가 또는 오프라인에서 진행할 만한 강의나 컨퍼런스, 워크샵 들이 확 줄어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대면 교류의 많은 기회가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서체 디자이너들은 대체로 지역 중심, 온라인 중심으로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간간이 컨퍼런스 같은 데에 가서 느꼈던 어떤 열기, 활기를 현재는 느낄 수 없는 점이 조금은 아쉽다. 앞으로 서체 산업 또한 온라인 중심의 컨택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오프라인을 통한 어떤 교류나 만남이 그립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절대 대신할 수 없다.


이노을 × ​로리스 ​올리비에

글꼴디자이너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국민대학교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석사과정과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 예술학교 타입미디어(TypeMedia)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현재 한글과 라틴 중심의 글꼴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제6회 방일영문화재단 글꼴창작지원사업 수혜자로 선정되었으며, 2019년도 일본 모리사와 타입 공모전 라틴 카테고리에서 금상을 받았다. 2020년부터 스위스 디자이너 로리스 올리비에와 함께 글꼴 중심의 독립 스튜디오인 lo-ol foundry를 운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