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해당 문구를 선정한 이유는?


A 코로나19로 인해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았던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디오 및 비디오를 사용하여 참가’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선택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설정으로, 저 문장을 마주할 때마다 가상 공간으로 입장하는 느낌이 든다.


Q 해당 기호 활자를 선정한 이유는? 1번 작품 문구와의 연결성이 있는가?


A ‘필크로(pilcrow)’라고 부르는 단락 기호는 주로 기호 이후의 텍스트가 다른 문단으로 구분된다는 것을 지시하는 장치로 사용되며, 텍스트 교정 시에는 단락 구분이 필요한 지점을 표시하는데도 사용된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거리를 강조하는 이 기호는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떠올리게 한다.


신건모의 기호활자


Q 해당 문구와 레터링(혹은 서체)을 조합했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A 코딩으로 만들어진 가상 공간에서 한글을 만난다면 어떤 모양일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작업했다. 그 결과로 코딩에 사용되는 고정폭 로마자에 대응하는 형태의 글자를 그리게 되었다. 사실 글자의 모양을 상상한 뒤 해당 문구를 정했는데, 글자의 형태와 어울리도록 기계적인 뉘앙스의 문구로 결정했다.


고정폭 글꼴(monospaced font)은 각 글자가 동일한 양의 수평 공간을 차지하는 글꼴을 말한다. 로마자를 기준으로 고정폭 글꼴은 주로 타자기나 컴퓨터 코딩에 사용되는데, 글자의 폭을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서 일반적인 가변폭 글꼴과는 다른 조형적 특징을 가진다. 위 작업은 고정폭 로만 글꼴에 대응하는 고정폭 한글 글꼴로, 한글 타자기에 사용된 글자의 모양을 바탕으로 작업하였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간격은 한글자가 들어갈 수 있을만큼 충분한 거리를 두고, 단락 기호(pilcrow)를 표기하여 단락 간의 구분을 확실히 한다.


Q 해당 작업(레터링, 서체 디자인)중 마주한 문제 상황과 그 해결 방법은?


A 한글은 일반적으로 글자의 폭이 같기 때문에 고정폭 로마자가 지니고 있는 형태적인 특수성을 어떻게 대입할 것인가가 풀어야 할 숙제였다. 그러던 중 고정폭 로마자가 타자기에 주로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한글 타자기의 구조를 참조하기 시작했다. 한글 타자기는 초성-중성-종성이 조합되어 한 글자가 입력되는데, 자판 갯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글자들이 탈네모꼴로 조합된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만들어진 탈네모꼴의 글자는, 마찬가지로 일정한 폭의 제한 때문에 나타난 고정폭 로마자의 형태적 특징과 대응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Q 사회가 잠시 멀어진 지금, 작업을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작업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 특별히 있지는 않다. 다만 클라이언트로부터 의뢰받는 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확실히 영향을 받았다. 물론 경제적인 타격이 큰 여러 직군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하겠지만, 의뢰받았던 일들 중 일부는 연기가 되기도 하고 취소도 되었다.


신건모

계원예술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였으며, 졸업 이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작업해왔다. 글자와 글자를 다루는 것에 보통 이상의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종이를 작업 매체로 사용하고 있다. 2013년부터 온양민속박물관의 아이덴티티와 간행물들을 작업하였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문화재단, 건축평단 등 여러 문화기관 및 단체와 협업해왔다. 현재 채희준과 함께 포뮬러(Formul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