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해당 문구를 선정한 이유는?


A 팬데믹 이후 많은 것들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비대면 강의를 하고 재택근무를 하고 친구들과도 페이스타임으로 만난다. ‘모든 것은 랜선으로’라는 문장을 통해 지금 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랜선으로 ‘할 수 있고’, 모든 것을 랜선으로 ‘해야 한다.’


Q 해당 기호 활자를 선정한 이유는? 1번 작품 문구와의 연결성이 있는가?


A 랜선을 표현하기 위해 랜선의 커넥터를 그렸다. 선 자체는 별로 특별한 게 없어서 그것만으론 식별이 불가능하다. 좀 진부한 표현이지만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랜선 주변으로 헤일로를 둘렀다.


김양진의 기호활자


Q 해당 문구와 레터링(혹은 서체)을 조합했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A 랜선은 얇은 선 8가닥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내가 고른 한글 문구도 8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의도한 게 아닌데도 이런 것들이 맞아떨어지면 괜히 기분이 좋다.


랜선은 세상을 연결한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이 시국에도 우리는 랜선을 통해 많은 것들을 집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우리 부족에게 랜선은 신성한 것이다. 때문에 나는 고귀하고 성스러운 랜선을 상징화해 부족 내의 결속을 다지고 힘든 시기를 이겨나가고자 한다. 부족의 기호를 만들 때 집중한 부분은 랜선의 ‘커넥터’다. 커넥터는 랜선이 연결되는 기계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으로, 많은 것들이 무선으로 대체된 현대에서 필수불가결하게 남은 유선의 흔적이기도 한 것이다.


Q 해당 작업(레터링, 서체 디자인)중 마주한 문제 상황과 그 해결 방법은?


A 랜선 느낌을 어떻게 레터링으로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다. 처음엔 글자들을 모두 연결해 볼까 했지만 그렇게 표현해 보니 너무 복잡하고 읽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랜선에서 형태적으로 그나마 독특한 부분인 커넥터를 이용해서 글자꼴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의도 전달이 힘들긴 하겠지만) 어쨌든 작업 의도에서 구색은 맞춰서 작업할 수 있게 되었다.


Q 사회가 잠시 멀어진 지금, 작업을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원래 전시장이나 서점 같은 곳들을 돌아다니면서 작업의 아이디어를 얻는 편인데, 팬데믹 이후로 그런 것들이 막히면서 아이디어도 같이 막혀 버린 기분이다. 어서 빨리 백신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김양진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그래픽디자이너로 살고 있다. 살면서 드는 생각들을 하나씩 일러스트레이션이나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한다. 양진체라는 폰트를 만들어서 공개하기도 했고 이모티콘도 제작하였다. 요즘은 일러스트레이션과 타이포그래피를 적당히 섞어서 다양한 상품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