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해당 문구를 선정한 이유는?


A 현 시점에서 우리가 거리두어야 할 것은 사람과의 관계나 소통이 아니고 코로나 바이러스인 것처럼, 진짜 거리를 두고 적으로 규정해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문구로 작업하고 싶은 마음에 선정했다.


Q 해당 기호 활자를 선정한 이유는? 1번 작품 문구와의 연결성이 있는가?


A 선정한 dagger(칼표)는 사망이나 멸종이라는 뜻도 내포되어 있는 기호이며, 코로나가 종식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정했다.


채희준의 기호활자


Q 해당 문구와 레터링(혹은 서체)을 조합했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A 과격한 인상의 글자로 메세지를 거칠게 주장할 것인지, 부드러운 인상의 글자로 표현하는 게 좋을지 고민되었다. 전자의 경우 감정을 담아 분노가 표출되는 방향으로 느껴질 텐데, 전시의 분위기와 사뭇 결이 다를 것 같아 후자로 작업하였다. 결과적으로 “사회의 적아 없어져라!”가 아닌, “사회의 적이 없어지면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같은 메세지가 담겨진 것 같다.


‘초설’은 이름 그대로 첫눈 같은 글자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글꼴이다. 그래서 구조나 표현에 대한 고민 외에도 추상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최초에 상상했던 질감과 온도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온도에서 펑펑 내리는 눈이 아닌, 적당히 차가운 온도에 ‘소복소복’ 보다 ‘사박사박’ 소리에 가까운 느낌에 도달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굵기는 ‘Light’, ‘Regular’, ‘Medium’ 세 가지로 작업 중이었으나 초설이 갖고 있는 형태적 특징들이 굵어질수록 부자연스럽다고 판단되어 ‘Medium’을 제외한 ‘Light’와 ‘Regular’ 두 종이 2019년에 출시되었다.


Q 해당 작업(레터링, 서체 디자인)중 마주한 문제 상황과 그 해결 방법은?


A 초설의 두께가 굵어졌을 때 제가 생각하던 분위기와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그래서 ‘Light’, ‘Regular’만 작업하여 출시했는데, 추후에 두꺼운 웨이트에 맞게 모듈을 다시 기획해서 작업할 생각도 갖고 있다.


Q 사회가 잠시 멀어진 지금, 작업을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집에서 혼자 개인 작업을 쭉 해왔기 때문에, 애초에 나는 사회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은 사회 전반이 정말 정지되고 단절된 느낌이라, 빨리 다시 예전과 같은 활발한 사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채희준

계원예술대학교에서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전공했으며, 졸업 이후 글자 디자이너로 활동해 왔다. 새로움이나 트렌드를 추구하기보다는, 글자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형태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며, 미세한 차이를 감지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통해 글자를 만든다. 2016년 ‘청월’을 출시하면서 주로 활자 제작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후 2017년에 ‘청조’, 2019년에 ‘초설’을 출시했다.